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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또 500억원 증발…잠실구장이 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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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두산-KT전이 열린 잠실구장의 한산한 표정. 구장 내부 매장(위)은 일부만 영업을 하는 상태로 그마저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노점상이 즐비하던 곳도 썰렁하다. 안승호 기자

 


잠실야구장 1루 관중석 안쪽의 한 식음료 매장. 오후 6시를 지나며 경기 개시 시간이 코 앞에 이르렀지만 매장 앞은 한산하다. 외야 전광판에 두 팀 라인업이 선명히 올라오지 않았다면 딱 경기 없는 날의 야구장 표정이다.

지난 14일 두산-KT전이 열린 잠실구장. 1루 관중석 안쪽 공간에서 문을 연 매장은 편의점 포함 4곳 뿐이었다. 해당 식음료 매장의 점주는 “매출이 예전 기준 3분의 1도 나오지 않는다. 문을 열면 오히려 적자인 매장도 많아서 아예 영업을 포기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잠실야구장의 식음료 매장은 60여 곳.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현재 잠실구장은 수용인원의 10% 관중만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 인원이 10%로 제한될 때는 전체 매장 수의 23%인 14개 매장만 영업이 허용된다. 30% 관중이면 30개 매장(50%), 50% 관중이면 49개 매장(85%)의 영업이 가능해진다.

■야구 1번지의 소리없는 아우성

유관중 경기가 20경기를 넘지 못한 지난해 잠실구장의 식음료 매출은 평년 대비 약 95%가 줄었다. LG와 두산의 흥행 페이스에 따라 시즌별 변동은 있지만, 1년 식음료 매출이 100억~150억원(추정)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상인들이 입은 충격은 금전적으로는 연간 100억원을 웃돈다.

잠실구장 매장 상인들은 임대료 대신 매출의 일부를 수수료로 내고 있다. 상인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그러나 구단에 광고수익권이 없는 잠실구장에서 매장 운영을 통해 일부 수익을 내왔던 양 구단에도 여파가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다.



잠실구장 내야석으로 통하는 길의 매장들. 경기 시작을 앞두고 한 곳만이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안승호 기자

 


잠실야구장은 주말이면, 또 매치업이 화끈할 때면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던 곳이다. 야구장 앞 지하철 출구로 나오면 건어물과 김밥 등을 파는 노점상들도 여럿 포진해 있는 풍경이 익숙한 곳이다. 구청 허가 속에 영업을 하는 잠실구장 노점상들은 정확히 구역을 나눠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4일 경기를 시작할 즈음에는 단 한 곳만이 눈에 보였다. 야구장 입구의 넓은 광장에는 빈 주차구역 같은 흰 선만이 여럿 보였다.

■이대로라면 500억원 증발

잠실구장의 콘텐츠 공급자인 두산과 LG의 영업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관중 10%를 다 채워도 두 구단은 손해를 보는 구조다. 현재 입장 인원 10%(2410석)를 채우면 매출이 약 4400만원까지 발생하지만, 용역 등 경기별 고정비용으로만 4300만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관중 매출 중 28%은 원정팀의 몫이다.

그나마 먹고 응원하는 프로야구 ‘직관’의 매력이 사라지면서 평일에는 수용인원 10%도 채우기가 어렵다. 수요일이던 지난 14일 두산-KT전의 입장관중은 1038명에 불과했다.

입장 관중 10% 제한이 시즌 끝까지 이어진다는 전제로, 또 그 10%가 모두 채워지는 긍정적 계산을 해도 잠실구장 입장권 매출은 평균관중 15000명을 오갔던 평년 대비 260억원 이상 줄어들 게 된다.

유니폼을 비롯한 상품 매출도 바닥을 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구단 상품이란 것이 대부분 야구장 나들이 할 때 필요한 것들인데 직접 관람할 일이 사라지거나 줄어들면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 같다”고 말했다.

두 팀은 몇 해전 만해도 상품 매출만 각각 50억원을 넘어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다. 위탁 판매 방식으로 구단 수익은 제한적이지만 매출 증가로 프로야구단의 또다른 수익 창구로 길이 열리던 중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평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중 입장을 늘릴 수 있는 긍정적 변화가 없다면, 입장수익과 식음료 및 상품 판매를 포함한 잠실구장의 매출은 500억원까지 증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구장 방역은 전시형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현재 야구 관람 중에는 기본 음료만 마실 수 있다. 가령, 구장 매장에서 구매한 음식은 그 앞에 놓인 테이블에서만 취식이 가능하다.

그러나 거리를 두고 띄엄 뛰엄 앉아있는 야외 관중석과 매장 앞 테이블 중에 실내의 테이블 쪽이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찾기 어렵다. 양 공간이 차이가 있다면 야외 관중석은 TV 중계를 통해 자주 드러나는 곳이고, 구장 안 내부 매장 앞은 외부의 시선에서 안전하다는 곳이라는 점 정도다.



야구장 내 음식 섭취가 가능한 테이블. 안승호 기자

 


야구장 사람들은 관중수를 무작정 늘려달라고 주장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무관중 경기를 거듭했을 때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야구장 방역 지침은 현장을 살피는 세심함과는 거리가 멀다.

한 관계자는 “요즘은 휴일에 공원만 가도 인산인해를 이루며 이것저것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권장할 부분은 물론 아니지만 야구장 관중석은 시각적으로 봐도 거리두기가 확실한데 제약이 과도하게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권의 2번째 시즌의 한복판. 지금 야구장은 말라가고 있다.



안승호 기자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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