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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의 대행'까지 나올 판, K리그 뒤흔드는 '감독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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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FC 서울 김호영 대행 자진 사임... 감독 리스크, 후반기 최대 변수

[이준목 기자]

 

▲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 FC서울 김호영 감독대행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흔히 프로의 세계에서 감독의 운명은 '파리 목숨과도 같다'는 이야기가 있다. 2020시즌 K리그는 그야말로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정식 감독은 물론이고 감독대행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파이널B로 추락한 프로축구 FC서울은 또다시 수장을 잃는 악재까지 겹쳤다. 서울은 24일 김호영 대행의 자진 사임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김 대행은 올시즌 최용수 전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뒤 지휘봉을 물려받아 지난 8월 1일 K리그1 14라운드 성남FC전부터 감독대행직을 수행하며 총 9경기에서 4승3무2패라는 성적을 남겼다. 비록 팀의 파이널B 추락을 막지는 못했지만 한때 강등권 코앞까지 갔던 팀을 잘 수습하여 그나마 중위권인 7위까지 반등시켰다. 현재 파이널B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구단이 밝힌 바에 따르면 서울은 김호영 대행과 최근 정식 감독 승격에 대하여 논의를 가졌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영 대행은 파이널라운드를 앞두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하여 구단에 거취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정리를 요구했지만, 구단은 일단 파이널라운드까지는 지켜보고 정식 감독 선임을 천천히 논의하겠다는 계획이어서 김 대행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이번 사태에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김호영 대행으로서는 팀 성적과 상황을 고려할 때 다소 성급한 요구를 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 구단도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김 대행을 당장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키는 것이 시기상조였다면 납득할 만한 동기부여를 제시하고 설득해야했다.

기성용-이청용(울산) 등 해외파 선수들과의 협상과정에서 벌어진 갈등, 이적시장에서의 전력보강 실패, 국제적인 망신을 샀던 리얼돌 인형 응원석 반입 사태 등과 맞물려 서울 프런트의 미숙한 운영능력을 또 한 번 드러낸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서울은 마지막 자존심이 걸린 파이널라운드, 심지어 최대 라이벌 수원과의 '슬퍼매치'를 단 하루 앞두고 '대행의 대행'까지 급구해야하는 암울한 상황에 놓였다.

서울은 이로써 한 시즌에만 사령탑이 두 번이나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게 됐다. 불과 2년 전에도 서울은 극심한 성적부진으로 황선홍 감독과 이을용 감독대행에 이어 최용수 감독까지 무려 세 명의 사령탑을 거치는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서울은 구단 역사상 최초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추락하는 위기 속에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심지어 상황은 올해가 2년 전 보다 더 좋지않다. 당시에는 재야에 머물며 팀 사정에 누구보다 밝았던 최용수의 복귀라는 확실한 대안이라도 있었지만, 현재의 서울에 지휘봉을 맡길 인재풀이라고는 김진규-이정열-박혁순 등 감독은 고사하고 성인팀 지도 경력이 1~2년 이하에 불과한 젊은 코치들 뿐이다. 급박하게 새로운 정식 감독을 인선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다. 황선홍-최용수 등 베테랑 감독들도 쉽게 장악하지 못했던 개성 강한 선수들이 즐비한 서울의 지휘봉은 아무에게나 맡기기는 어렵다.

이미 올해 K리그 1, 2를 통틀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은 사령탑만 안드레(대구), 임완섭(인천), 이임생(수원), 최용수(서울), 황선홍(대전) 감독 등 벌써 5명에 이른다. 심지어 김호영 대행처럼 정식 감독이 아닌 감독대행까지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은 서울이 유일하다. 주승진 수원 감독대행이나 임중용 인천 감독대행은 구단이 정식감독을 영입하면서 보직을 다시 이동했을뿐 사임한 것은 아니었다.

감독이 성적이라는 결과에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것은 프로의 세계에서 흔한 일이지만 문제는 결별과정이나 이후의 대처가 하나같이 깔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안드레 감독은 시즌전 대구의 전지훈련까지 동행했다가 재계약이 불발되자 돌연 사우디 알하즘으로 떠나면서 구단과의 불화설에 휘말렸다. 이임생 감독은 지난해 수원의 FA컵 우승을 이끌었으나 임기내내 구단으로부터 전력보강 등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며 마음고생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시즌 나란히 강등권을 헤메고 있는 수원과 인천은 시즌 초반 감독 사퇴 이후 후임자를 찾는 과정에서도 안이한 일처리로 해프닝을 거듭했다. 수원은 주승진, 인천은 임중용 대행에게 임시로 지휘봉을 맡겼지만 두 지도자가 모두 정식 감독직 수행에 필요한 P급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데 실패한데다 팀 성적도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여 촉박한 시간 내에 새 감독을 영입해야만 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심지어 인천은 췌장암 투병중인 유상철 전 감독의 복귀를 한때 검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수원은 최근에야 구단 레전드 출신인 박건하 감독, 인천은 조성환 감독을 영입하며 팀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었다.

K리그2 대전도 최근 갑작스러운 감독 교체를 둘러싸고 한바탕 홍역을 겪고 있다. 올해 기업구단으로 재창단한 대전은 K리그2 3위에 올라 승격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초대 사령탑이던 황선홍 감독이 돌연 사임을 발표하며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황 감독의 사임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시즌 내 무조건 승격이라는 결과를 기대했던 구단과 팀운영의 방향성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황 감독과 결별한 대전이 선택한 대안은 조민국 감독대행이었다. 조민국 대행은 청주대와 울산미포조선 등 대학과 실업무대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프로무대는 2014년 울산 현대를 1시즌 맡았던 것이 전부이고 그나마도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지도자 경력을 이어왔다고 해도 K리그 현장과는 무려 6년의 공백이 있었다. 여기에 조 대행은 이달 초부터 대전의 전력강화실장으로 부임하며 아직까지는 팀사정에 무지한 외부인에 가깝다. 1부리그 승격에 올인하겠다면서 프로무대에서의 성과도 검증되지 않은 감독, 그것도 정식도 아닌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불안정한 리더십을 자초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끈 세계적인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축구에서 99%를 차지하는 것은 선수이고 감독의 비중은 1%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1%가 99%를 지배한다"는 유명한 어록을 남긴 바 있다. 축구에서 감독의 역할과 영향력을 가장 잘 설명한 표현으로 회자된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아무나 쉽게 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재를 구하기는 어렵지만 놓치기는 쉽다. 바뀌는 것이 단지 감독 한 명이라도 그 파장이 구단 전체에 미치는 후폭풍은 훨씬 클 수 있다. 최근의 K리그 구단들이 감독의 교체와 영입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너무 비전문적이고 안이하게 접근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시즌 후반기에 접어든 K리그에서 '감독 리스크'가 각 팀의 운명을 좌우할 최대의 변수로 떠올랐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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